‘나몰라라’ 판결에 가로막힌 청년 사업가의 꿈

“비겁한 판결입니다.” 

‘누구나 3D프린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20대 청년 사업가의 꿈이 구시대의 규제 장벽에 가로막혔다. 한편에선 3D프린터를 4차 산업 혁명’을 이끄는 신산업군으로 분류해놓고 정작 이 산업을 이끌어보겠다는 역군에겐 낡아빠진 법의 칼날을 들이대는 정부를 두고 이 청년은 (지원은커녕) 괴롭히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3D프린터 프레임 및 부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 사이트 삼디몰’의 김민규(27) 대표. 지난해 6월 한국제품안전협회로부터 안전 확인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 고발을 당했고, 검찰은 김 대표에게 300만원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 처분했다.  

이 사건을 맡은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형사2단독)은 9일 김 대표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 결정을 내렸다. 벌금형만으로 직책을 잃을 수 있는 공무원 등이 아닌 일반인에게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내리는 건 지극히 이례적인 일. 김 대표의 변호를 맡았던 한경수 위민 변호사는 재판부로선 무죄를 선고할 경우 법적 공백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 같고, 그렇다고 김 대표를 형사처벌하는 건 맞지 않으니 나름 묘안을 낸 것인데 엄밀히 말하면 비겁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나몰라라’ 판결에 가로막힌 청년사업가의 꿈

이 사건의 쟁점은 이렇다. 구 전기용품안전관리법(현행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에선 안전확인신고를 해야 할 정보·통신·사무기기 등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프린터’다. 3D 프린터’에 대한 규정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기술표준원은 3D프린터’가 프린터’에 해당하며, 3D프린터의 프레임 및 부속 부품 등을 판매하는 삼디몰 역시 안전 확인 신고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고발 조치했고,  이에 대해 이번 1심 법원이 3D 프린터’를 프린터 유사기기’로 해석하며 김 대표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것. 

이 해석을 인정한다 해도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관련 법은 안전확인대상전기용품을 제조한 사람’을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를 적용하면 이번 사건에 삼디몰을 통해 3D프린터의 부품’을 구매해 직접 완제품으로 제조한 소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기이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법원 스스로 판결문에서 (이 사건은) 정책적 검토가 요구된다”고 밝혔을 만큼 법적 허점이 명백한 상황. 

형사재판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유추해석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디몰 사건의 담당 재판부는 수 차례의 자의적 해석을 통해 낡은 시대의 규제 틀을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인 신산업군에 무리하게 적용시켰고,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청년 창업가의 앞길에 어깃장을 놓은 셈이 됐다.   

선고문을 읽어내려간 재판부 앞에서 김 대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망연자실 뿐이었다. 김 대표는 판결 뒤 가진 인터뷰에서 창업 전엔 경찰서도 한번 가보지 않았던 사람인데, 이런 재판까지 받게 돼 스트레스가 심했다”며 저같은 (돈이 없는) 학생들에게도 저렴하게 부품을 공급해 누구나 3D프린터를 사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창업을 한 건데 불법이라고 하니 많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 사건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시민단체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이 지난해 발족한스타트업법률지원단’(스법단)의 1호 지원 사례다. 대한민국의 건전한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발전을 위한 법률 지원 및 교육 캠페인 진행 등을 진행하고 있는 스법단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1심 재판부의 판결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소를 비롯한 다양한 구제 활동을 벌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3D프린터 부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인터넷 쇼핑몰 ‘삼디몰’의 김민규(우측) 대표와 삼디몰 사건의 변호를 맡고 있는 한경수 스타트업법률지원단장

한경수 변호사(스타트업 법률지원단장)는 기존 규제 체계가 현재의 시스템에 맞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해야 하며, 적어도 신산업 분야에 대해선 새로운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며 일단 형식적으론 유죄가 나왔기 때문에 항소를 통해 상급법원의 더 구체적인 판단을 받아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사·사진= 비즈업 유병온 기자 on@bzup.kr, 영상 촬영·편집=비즈업 김경범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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