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스타트업 밥 먹으러 오세요”

스타트업의 축제 한마당 ‘스타트업 박싱데이’ 앞둔 ‘스밥’ 인터뷰

수은주가 영하권을 맴돌던 지난 8일 저녁 서울 대치동의 한 고깃집. 지글지글 삼겹살이 익어가는 불판을 사이에 두고 벤처투자자들과 예비창업가들이 마주 앉았다. 술잔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다 보니 초반의 어색했던 분위기가 어느새 부드러워진다. 한 예비창업가가 창업의 고충을 털어놓는 사이 맞은 편에 앉은 투자자가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집어 상대의 접시 위에 얹어준다. 페이스북 청년 창업 모임 스타트업, 식사는 하셨습니까?’(약칭 스밥’)의 풍경이다. 

‘스밥’은 빠듯한 주머니 사정으로 고생하는 스타트업이나 예비창업가(게스트)에게 업계 선배(호스트)가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는 자리다. 지난해 7월 첫 한 끼’를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8일 저녁 서울 대치동의 한 고깃집에서 열린 67번째 ‘스밥’ 모임. 사진 왼쪽부터 양경준 케이파트너스앤글로벌 대표, 김승규 서울산업진흥원 책임, 이범석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상무, ‘풋온아트’의 신은영·김태인·김동진 예비창업자, 이태훈 서울산업진흥원 기업투자센터장.

이날은 67번째 스밥 자리. 유럽의 디자이너 작품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소개·판매하는 아트 플랫폼’을 준비 중인 예비창업팀 풋온아트’가 게스트로, 식사를 대접하는 호스트로는 이범석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상무와 이태훈 서울산업진흥원 기업투자센터장, 김승규 서울산업진흥원 책임, 양경준 케이파트너스앤글로벌 대표가 자리했다. 스밥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하고 매회 만남을 주도해온 양 대표는 스타트업 후배들이 회식 한 번 마음대로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이런 모임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회사 운영비도 부족하고 당장 직원들 월급 주기도 바쁜 게 스타트업계의 현실이잖아요. 그런 상황에선 자기들 돈으로 회식 한 번 하기도 어렵거든요. 내가 따뜻한 밥 한 끼라도 공짜로 사준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밥 먹고 싶은 스타트업이면 누구든 신청하라’는 글과 함께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하게 됐어요.”

‘스타트업, 식사는 하셨습니까?’의 페이스북 페이지

이렇게 시작된 스밥 모임엔 현재 가입자만 5,600명이 넘는다. 공짜 밥’이 간절한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대다수지만, 어려운 후배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겠다며 자발적으로 모여든 선배 창업가나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와 모임 진행은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한 운영진들이 관리하고 있다. 양 대표는구속력이 있는 조직도 아니고 다른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자기 일처럼 스밥 운영을 도와주고 있다”며스타트업계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가진 이들이 모인 곳, 그게 스밥”이라고 덧붙였다. 

‘스밥’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모임 후기 사진들

양 대표가 밝힌 이날 스밥의 기본 원칙은 무조건 공감하기’. 벤처투자자와 창업가들이 함께하는 자리다 보니 자칫 투자 심사’를 받는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호스트로 참석한 이 상무는 사업 모델이 뭔지, 어떻게 수익을 낼 건지 그런 거 다 물어보지 말고 그냥 친형처럼 공감만 하라는 사전 교육’을 받고 왔다”며 투자심사하던 버릇이 나올까 봐 걱정이 됐지만 막상 와보니 그동안 몰랐던 창업가의 어려움을 듣게 돼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갑 얇은 창업가들의 마른 목과 허기진 배를 달래주기 위해 시작된 스밥. 하지만 스밥이 단순히 식사 한 끼를 해결해주는 데에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하고 업계 교류를 위한 자리를 최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 대표는 서울시와 공동주최로 스타트업 박싱데이’란 행사를 개최하게 됐다”며 경제적으로 아주 어려웠던 올 한해를 잘 버텨낸 스타트업계 사람들이 위로받을 수 있는 행사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오는 1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스타트업 박싱데이’ 안내 포스터

서울시와 스밥의 공동주최로 오는 17일 오전 10시부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스타트업 박싱데이’는 50여개의 스타트업이 참가한다. 방문객들은 이들의 서비스와 제품을 30~50%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업계 네트워킹을 위해 행사 중반 선배 창업가들의 강연이 이어지며, 오후 2시 30분부터 약 한 시간 동안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진행하는 토크콘서트가 예정돼있다. 사업에 대한 조언과 투자 가능성을 심사받고 싶은 스타트업들을 위한 벤처캐피탈(VC) 상담 이벤트가 마련되며 스타트업 법률 지원단’의 법률 상담도 준비돼있다. 

스타트업 박싱데이 운영팀 김탄휴 마이리틀유니버스’ 대표는 처음 진행하는 대형 행사라 부족한 점이 많을 수 있지만 이번 박싱데이를 계기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만드는 스타트업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며 스타트업을 위한 축제의 자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입장은 무료로 진행되며, 참여를 원하는 일반인은 행사 당일 등록부스에서 참가 신청을 할 수 있다. 

/기사∙인포그래픽= 비즈업 조가연 기자 gyjo@bzu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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