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새 술을 헌 부대에 담는 창업규제

원문보기 ▶ https://storyfunding.daum.net/episode/23801

30대 초반의 청년 사업가 A씨. 몇 주전 대한민국 경찰로부터 출두 명령을 받았습니다. 3년 전 남들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입사한 적도 있지만 더 큰 꿈을 위해 과감히 사표를 던졌던 A씨. 창업 멤버로 경험했던 두 차례의 실패를 자산삼아 지난 2015년 말부턴 자기 사업체를 직접 꾸리고 세 번째 도전에 나섰습니다. ‘대표이사’란 직함의 무게는 경찰의 출두 명령만큼 무섭고, 무겁기만 합니다. A씨는 이번 법적 소란을 계기로 창업 당시에 세웠던 비즈니스 모델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굳혔습니다.

2000년대 초반의 ‘벤처붐’ 못지 않은 창업 열풍이 최근 스타트업 시장에 불고 있습니다. 지난 1차 붐 당시의 풍경이 유행처럼 사라진 데 반해 지금의 창업 열기는 사회 구조적 요인 등 시대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강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이처럼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에 큰 장이 섰지만 여기에 발을 들인 이들의 딱한 처지는 별반 달라진 게 없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의 창업 성공률. 이 수치를 더욱 떨어뜨리는 건 ‘새 술을 떠 헌 부대에 담고 있는’ 규제 당국입니다. A씨의 사례처럼 말입니다.

다시 A씨의 이야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A씨가 당초 염두에 뒀던 비즈니스 모델은 세계 1위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의 운영 대행. 에어비앤비는 임대인의 유휴 공간과 그 공간의 단기 이용을 원하는 임차인을 앱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국내에서 숙박·민박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법적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해 일반인은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활용해 수익 사업을 할 수 없으니, 이 운영을 대행하는 업체를 만들겠다는 게 A씨의 아이디어였습니다. A씨는 근거지 주변의 부동산을 발이 닳도록 훑어 자기에게 위탁 운영을 맡길 임대인을 찾아 나섰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거절을 당한 끝에 한 부동산으로부터 사업을 개시할 수 있는 사람을 소개받았고, 그렇게 A씨는 세 번째 창업의 첫 발을 뗐습니다.

기쁨은 잠시에 그쳤습니다. 본인의 사업 모델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뒤늦게 발견합니다. A씨는 현재의 규제 체계를 비껴갈 수 있는 우회로를 나름 고민해 저희 스타트업법률지원단(이하 ‘스법단’)에 상담을 의뢰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로 이뤄진 스법단은 현행 법률 및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했지만 A씨에게 다음과 같은 답변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A씨의 사업모델은) 위법으로 처벌된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공유민박업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은 우리나라 실정 등을 고려할 때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결국 A씨 사업의 본질이 숙박·민박 서비스의 제공인만큼 그 자격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법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게 스법단의 결론이었습니다.

A씨의 야심찬 첫 아이디어가 큰 산을 만나 좌초 위기에 놓인 사이 제대로 된 법적 검토 없이 진행했던 에어비앤비 위탁 운영 행위가 단속에 걸렸고, A씨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법당국의 소환에 꼼짝없이 응해야 하는 지경에 놓이게 됐습니다.

물론 A씨의 사례는 논란거리가 많습니다. 사업 착수에 앞서 비즈니스 모델의 검토를 소홀히 한 점은 K씨의 귀책사유임이 분명합니다. 돈과 인력 모두가 열악한 스타트업이 법률적 정비를 어떻게 꼼꼼하게 할 수 있느냐 하는 하소연은 경쟁 살벌한 냉엄한 현실 앞에서 무기력한 답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 깊이 고민해야봐야 할 건 일정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들에게 숙박·민박업을 영위하게 하는 에어비앤비의 사업 모델이 과연 합당한가 하는 점입니다. 돈 많은 임대인들이 주택을 몽땅 사들여 에어비앤비 숙박용으로 전환하면 인근 지역의 임대료가 뛸 수 있고, 이 때문에 세입자들의 집 없는 설움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반론이 있습니다. 안전이나 위생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가볍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번 따져볼 일입니다. 에어비앤비 모델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는 유럽에서 임대료가 뛰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습니다. 안전·위생상의 문제는 다른 기준을 마련하면 될 일입니다. 에어비앤비 모델을 실제로 막고 있는 건 이런 표면적 이유라기 보단 호텔 등 밥그릇을 뺏길 위기에 처한 기존 업계의 숨은 방해가 더 크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더 숙의해봐야 할 문제는 A씨의 사례가 마치 새 술을 헌 부대에 담는 우를 범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2011년 타임지는 에어비앤비 사업 모델의 핵심 철학, ‘공유경제’(sharing economy)’를 ‘세상을 바꿀 10개의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로 꼽았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공유경제’라는 개념 자체가 그 전엔 존재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세상에 새롭게 등장해 전세계에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철학 혹은 사업모델, 즉 새 술을 과거의 법·규제 잣대, 즉 헌 부대에 담으면 새 술의 풍미는 사라지고 숙취만 더욱 거세질 수 있습니다. 어딜 가든 판박이인 기존 숙박 시설 대신 사는 사람의 취향과 개성이 오롯이 드러나는 공간을 값싸고 손쉽게 누릴 수 있는 에어비앤비를 우리나라에선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이 그 숙취의 구체적인 예일 것입니다.

A씨처럼 과거의 법·규제를 새로운 사업 방식에 끌어들여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는 사례는 부지기수입니다. 쏘카 등 카셰어링 모델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규제를 받으며 사업 초반 어려움을 겪었고, 국내 핀테크 업계 최대 규모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낼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았던 P2P 업체 ‘8퍼센트’는 관할 구청에 등록 신청을 하러 가는 사이 사이트를 폐쇄당한 적이 있습니다. 결혼 축의금이나 중고거래 등을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게 하는 기술력을 가진 ‘팍스모네’는 미국·일본 등에서 특허 등록까지 완료했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선 6년간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했습니다. 청소 O2O(Online to Offline) 업체 ‘홈클’도 직업안정법이 발목을 잡으며 사업의 어려움을 겪은 끝에 1년 만에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과거에 마련된 규제는 당시 사정에 맞는 합당한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낡은 잣대를 신기술에 무작정 들이민다면 세상을 바꿀 혁신은 대부분 물거품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이 딜레마를 풀기 위한 해법으로 전문가들은 적어도 신산업군 분야에 한해선 현행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법·제도에 의해 허가된 것만 할 수 있는 게 ‘포지티브 규제’, 안 되는 것 빼곤 다 할 수 있는 게 ‘네거티브 규제’인데요. 예를 들어 ‘U턴’ 표지판 아래에서만 U턴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포지티브 규제’, ‘U턴 금지판’ 이외의 모든 도로에서 U턴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네거티브 규제’입니다.

 

스법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한경수 변호사(법무법인 위민)는 스법단 주최로 지난 1월 열린 토론회에서 “전통 산업에 적용했던 규제가 신산업 분야에도 효율적일 것이라고 볼 수 없으며, 각 산업의 특성에 맞게 규제 체계를 정비하는 것은 시대 과제”라며 “적어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ICT 등 신산업 분야에선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 체계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사례로 든 K씨에게 무료 상담을 진행한 스법단의 차상익 변호사(법무법인 아인)는 “사람의 신체나 건강, 환경 등 중요한 공익을 보호해야 하는 경우엔 ‘포지티브 규제’를, 시장의 자율성 보장이 중요한 경우는 ‘네거티브 규제’가 타당할 것”이라며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은 법이 미처 규율하지 못하고 있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수 있게 해줄 것”이란 의견을 내놨습니다.

 

민변과 시민단체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바꿈), 창업 전문 뉴미디어 ‘비즈업’이 지난해 12월 발족한 스법단은 대한민국의 건전한 스타트업 생태계의 조성·발전을 위한 법률 지원 및 교육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스토리펀딩의 <스타트업, 안녕하십니까> 프로젝트를 통해 스법단 발족 이후 지금껏 법률 지원의 나섰던 스타트업의 부당 규제 사례나 소송 사례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보다 깊이 있는 논의와 제언이 이뤄지길 희망합니다. 독자님께서 보내주신 소중한 후원금의 수익 일체는 규제의 늪에 허우적대고 있는 스타트업의 법률 지원 활동에 사용하겠습니다.

스법단은 법적 분쟁 혹은 규제 문제 등으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의 사연을 받고 있습니다. 스법단 홈페이지(www.startuplaw.kr) 통해 상담을 의뢰하시면 관련 내용을 검토해 지원 여부를 결정합니다. 법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스법단의 문을 두드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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