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재고 떨이 현장 “올해 1년 버텨내느라 고생했어요”

국내에서 첫 시도된 ‘스타트업 박싱데이’ 행사…방문객 3,000여명 등 흥행 거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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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알림 2관에 마련된 스타트업 박싱데이’ 행사장.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파격 할인’이나 오늘만 무료’ 등의 홍보 구호가 들려온다. 관람객들은 테이블 가득 쌓인 초소형 화분이나 친환경 섬유유연제, 반려동물용 자동 급식기 등을 구경하며 행사장 곳곳을 둘러본다. 행사장 가운데 설치된 무대에선 선배 창업가들이 마이크를 들고 자신만의 사업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고, 그 주변을 둥글게 둘러앉은 예비 창업가 사이에선 성공 창업을 향한 젊음의 열망이 뿜어져 나온다.  

지난 17일 열린 ‘스타트업 박싱데이’ 행사장 모습. 이날 행사에는 스트라입스, 콜버스, 클래스픽, 리화이트, 짐카, 주렁주렁, 핑크퐁 등 70여개 업체가 참여해 업체 홍보 및 할인 판매 이벤트를 열었다.

‘박싱데이’(Boxing Day)란 본래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12월 26일에 옛 유럽의 영주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선물이 담긴 상자를 전달하던 관행에서 유래된 것으로, 미국·유럽의 상점들은 연말이 되면 한 해의 재고를 없애기 위한 대규모 할인 판매를 해왔다. 페이스북의 청년 창업 모임 스타트업, 식사는 하셨습니까?’(약칭 스밥’)와 서울특별시, 서울산업진흥원(SBA)의 공동주최로 진행된 이번 ‘스타트업 박싱데이’ 행사엔 70여개 국내 스타트업이 참여해 각자의 제품·서비스를 30~50% 할인 판매하거나 무료 제공하는 방식으로 꾸려졌다. 스밥’을 이끌고 있는 양경준 케이파트너스앤글로벌 대표는 최악의 상황이었던 올해를 버텨낸 스타트업계의 생존을 축하하고 일반 시민들에게 홍보도 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고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스타트업 박싱데이 2016

박싱데이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각 업체의 홍보 부스를 돌아보며 상품 설명을 듣고 있다.

실제 올 한 해 스타트업계는 쉽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냈다. 가뜩이나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 정치적 혼란까지 가중되며 악재가 겹겹이 쌓였기 때문. 먼저 세계적 경기 침체로 내수 시장이 위축되며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소비 절벽’ 현상이 나타났다.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달 95.8을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던 2009년 4월 이후 최저치로 집계됐다.

경기 침체는 민간의 벤처투자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쳤는데, 여기에 스타트업계의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가 더해지며 벤처캐피털(VC)의 돈줄이 마르기 시작했다.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2016년 상반기 벤처펀드 투자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처펀드 결성액은 통계집계 시작 이후 최고치인 1조6,682억원을 기록했으나, 실제 집행된 투자금을 의미하는 신규투자금액은 지난해보다 4.5% 줄어든 9,488억원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대한민국을 강타한 최순실 게이트’는 안 그래도 식어있던 투자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결정타로 작용했다. 국정농단 사태에 박근혜 정부의 역점 사업 중 하나인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입주기업에 대한 지원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같은 삼중고로 신음하던 스타트업계에 이번 박싱데이 행사는 남은 재고를 정리하고 한풀 꺾였던 업계 분위기를 북돋기 위한 단비’와 같은 자리였다. 

이날 행사 중반에는 파일전송 앱 ‘선샤인’ 서비스업체 ‘스파이카’의 김호선 대표와 가정식 배달업체 ‘더반찬’의 전종하 대표가 연사로 나선 강연이 진행됐다.

행사 준비와 실무를 담당한 20여명의 운영진 역시 이런 취지에 공감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업계 종사자들로 꾸려졌다. 김탄휴 박싱데이 운영위원장은 운영진들 모두 본업이 따로 있는 상황이지만 업계의 발전과 대중 홍보를 위해 자원봉사 형태로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참여업체 중 한 곳인 샐러드 배달업체 프레시코드’의 유이경 공동창업자는 스타트업의 경우 회사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한 편인데 이번 박싱데이를 통해 직접 고객들을 만나고 피드백까지 받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은 총 3,000여명. 일반 시민 외에 벤처투자자와 예비창업가의 발길도 이어졌다. 박싱데이 관람을 위해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예비창업가 박소영씨(26)는 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지다 보니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오늘 다양한 분야의 업체를 접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참여사들의 제품·서비스 판매 외에도 사업에 대한 조언과 투자 가능성을 심사해주는 VC 상담 이벤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시민단체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이 추진하고 있는 스타트업 법률 지원단’의 무료 법률 상담 등이 진행됐다. 행사 중반에는 선배 창업가들이 투자 유치와 영업, 인사관리 등 회사 운영 전반에 관한 조언을 전하는 강연도 이어졌다. 연사로 나선 김호선 스파이카’(파일전송 앱 선샤인’ 서비스업체) 대표는 어려운 경제 상황이지만 용기 있게 스타트업에 뛰어든 후배들이 힘을 내 성장해가길 기원한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 운영위원장은 처음 시도하는 행사라 준비나 운영 등에 미흡한 점이 많았지만 참여한 분들이 즐거워해 주시니 감사할 뿐”이라며 이번 자리를 발판삼아 스타트업 문화를 더욱 알리고 시민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노력해가겠다”고 전했다. 

/기사= 비즈업 조가연 기자 gyjo@bzup.kr 
사진∙영상 촬영 및 편집= 비즈업 백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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