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창업전성시대? “문 열고 들어가니 장애물만 가득한 꼴”

원문보기 ▶ https://storyfunding.daum.net/episode/23109

2017년 2월 10일 오후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352호 법정. 앳된 얼굴의 청년 한명이 초조하게 판사의 호명을 기다립니다. 동장군(冬將軍)의 기세가 유독 거셌던 이날, 그를 주눅들게 만든 건 비단 추위만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2014년 대학생 신분으로 창업에 나서기 전까지 그는 법원은커녕 주변의 흔한 경찰서 한번 들어가 본 일이 없던 지극히 평범한 젊은이였습니다. 그런 그가 성폭행, 사기 등의 피의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취급을 받아야 했으니 그의 어깨가 자꾸 움츠러든 건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이 모든 게 청운의 꿈을 안고 호기롭게 도전한 창업에서 비롯된 일. 이날 대한민국 법원은 ‘청년 사업가’이자 ‘피고인’ 김민규(27세)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 결정을 내렸습니다.

단군 이래 창업하기 가장 좋은 시대. 현재의 대한민국 창업 시장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정부 지원이 홍수처럼 넘쳐나고, 주변에 “창업하고 싶다”는 사람도 부지기수인 걸 보면 과장된 표현은 아닌 듯 싶습니다. 실제 지난 2011년 1조8,101억원에 그쳤던 창업 지원 예산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기치 아래 매년 2조원이 넘게 배정됐습니다.

이른바 최순실 사태 이후 창조경제란 간판은 떨어져나갔지만 창업시장을 향한 열렬한 관심과 지원은 새 정부에서도 비슷할 듯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년 일자리 늘리기를 1호 추진 정책으로 내건 가운데 이의 유력한 해법으로 창업시장의 확대를 내걸고 있습니다.

정부가 창업시장에 막대한 돈을 풀고선 호객행위에 나서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구조적 저성장 시대의 진입, 인공지능(AI) 등 기술의 발달에 힘입은 인간 노동력의 수요 감소,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고용 기피 현상 등 일자리 축소 요인은 널린 데 반해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창업’을 제외하곤 사실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자금 지원에만 그치는 게 아닙니다. 최근 우리 정부는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여념이 없습니다. 이 덕분에 2003년 12단계나 거쳐야 했던 창업 절차가 2014년엔 3단계로 축소됐습니다. 창업을 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도 같은 기간 33일에서 4일로 급격히 줄었습니다. 사실상 정부 지원 제도만 잘 활용하면 돈 한푼 없이도 불과 며칠 만에 자기 사업체를 뚝딱 차릴 수 있는 게 대한민국 창업 시장의 현재입니다.

 

그런데 막상 창업시장에 뛰어든 이들은 하나같이 “우리나라만큼 사업하기 힘든 나라가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사업하는 고됨이야 전세계 어디서든 다를 것 없지만 대한민국 창업가들을 유독 괴롭히는 건 터무니없는 규제 장벽입니다. 앞서 사례로 든 청년사업가 김민규씨 역시 지난해부터 불거진 법적 분쟁으로 검찰과 법원을 제집 드나들 듯 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대학생 신분이었던 김씨가 창업의 소재로 선택한 건 ‘3D프린터’. 당시 박근혜 정부가 이른바 ‘4차 산업 혁명’의 신산업군으로 분류했을 정도로 3D프린터는 각광받는 창업분야였습니다. 김씨는 3D프린터 부품을 판매하는 전문 인터넷 쇼핑 사이트 ‘삼디몰’을 열어 2015년 모교인 상명대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같은 해 9월 창업진흥원의 ‘대한민국 창업리그 전국예선’에서도 상을 받을 정도로 김씨는 전도유망한 청년 사업가였습니다.

그에게 규제의 족쇄가 채워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 6월. 한국제품안전협회가 안전확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고발을 했고, 이를 근거로 검찰은 김 대표를 300만원 벌금형에 약식 기소 처분했습니다.

김 대표가 자신의 사업체 삼디몰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3D프린터의 ‘부품’. 안전확인신고가 필요한 부품에 대해 김 대표는 모두 안전 인증을 받았습니다. 한국제품안전협회 측이 문제로 삼은 건 삼디몰의 부품을 활용해 고객들이 조립한 ‘완제품’. 협회 측의 논리대로라면 삼디몰 이용자들이 조립한 모든 완성품에 대해 김 대표가 각각 안전 인증을 받아야 하니 지금의 사업 구조를 포기하란 말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김 대표의 발목을 잡은 한국제품안전협회와 검찰, 그리고 김 대표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1심 법원의 근거 법률은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구 전기용품안전관리법). 그런데 이 규정엔 ‘3D프린터’라는 문구 자체가 없습니다. ‘3D프린터’를 ‘프린터’ 관련 규정 안에 있는 ‘프린터 유사기기’로 해석했습니다. 또 완제품에만 적용되는 조항을 부품에 적용하는 해석도 추가했습니다.

이런 수차례의 자의적 해석을 통해 대한민국 규제 당국은 앞길 창창한 대한민국의 청년 사업가의 앞길에 어깃장을 놨습니다. 김 대표는 1심 판결 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창업 전엔 경찰서 한번 가보지 않았던 사람인데, 이런 재판까지 받게 돼 스트레스가 심하다”며 “저처럼 돈 없는 학생들에게도 저렴하게 부품을 공급해 누구나 3D프린터를 사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창업을 한 건데 불법이라고 하니 많이 착잡하다”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김 대표의 경우처럼 창업 이후 불합리한 규제로 고통받는 사례는 넘쳐납니다. 실제 기업 규제애로 해소기관인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415개 기업을 심층 조사한 결과 창업을 하는 데 들어가는 규제 비용만 평균 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스타트업이 유의미한 매출을 일으키는 데 들어가는 기간은 3년 이상,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까지는 4년이나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창업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막대하고, 이 비용을 회수하는 데 필요한 기간도 길다보니 성공 사례는 당연히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창업기업의 3년 생존율은 평균 38.2% OECD 주요국 가운데 꼴찌입니다.

중소기업 옴브즈만은 위 내용이 담긴 ‘2821일의 두드림’에서 “창업·소기업들의 지속적 성장이 어려운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높은 규제 비용 때문”이라며 “그간 창업절차와 시간은 대폭 단축됐으나 업종별 진입규제는 여전해 1인창업·청년벤처·실버창업 등에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정부가 지금껏 추진한 창업장려정책은 대문만 활짝 열어놨을 뿐 정작 방안에 들어가면 장애물만 가득한 꼴입니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시민단체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바꿈), 창업 전문 뉴미디어 ‘비즈업’은 지난해 12월 ‘스타트업법률지원단’(스법단)을 발족했습니다. 스법단을 통해 대한민국의 건전한 스타트업 생태계의 조성·발전을 위한 법률 지원 및 교육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삼디몰 김민규 대표의 사연은 스법단 지원의 1호 사례로, 지난 1심에 이어 현재 2심 소송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번 스토리펀딩의 ‘스타트업, 안녕하십니까’ 프로젝트를 통해 스법단 발족 이후 지금껏 법률 지원에 나섰던 스타트업의 부당한 규제 사례나 소송 사례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보다 깊이 있는 논의와 제언이 이뤄지길 희망합니다. 독자님께서 보내주신 소중한 후원금의 수익 일체는 규제의 늪에 허우적대고 있는 스타트업의 법률 지원 활동에 사용하겠습니다.

저희 스법단은 법적 분쟁 혹은 규제 문제 등으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의 사연을 받고 있습니다. 스법단 홈페이지(www.startuplaw.kr) 통해 상담을 의뢰하시면 관련 내용을 검토해 지원 여부를 결정합니다. 법의 늪에 허우적대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스법단의 문을 두드려주시기 바랍니다.

0 답글

댓글을 남겨주세요

Want to join the discussion?
Feel free to contribute!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