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갑’의 기술 베끼기에 속수무책, ‘을’ 스타트업

원문보기 ▶https://storyfunding.kakao.com/episode/25555

지난 2015년 설립된 자전거 제조 업체 A사의 대표이사 ㄱ씨. 몇 달 전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본인 회사의 특허 기술 및 디자인을 그대로 베낀 자전거가 다른 회사의 로고를 단 채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목격한 것입니다. 그 자전거에 달린 로고는 ㄱ씨가 자기 자전거의 제작 의뢰를 맡긴 알루미늄 합금 제조 업체 B사의 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B사는 부품 납품 및 조립 계약 체결을 통해 A사로부터 습득한 특허 기술 및 제조 기술을 그대로 베껴 A사의 자전거와 똑같은 제품을 양산하고 있었습니다. 지난해부터 A사 몰래 본인들의 상표를 등록, 홈페이지까지 새로 만들어 버젓이 판매에 나서고 있습니다. A사와의 거래 전까지 자전거를 한대도 제작해본 적 없는 B사는 국내외 박람회에 나가 본인들의 자전거를 독자 개발한 것인양 홍보했고, 최근엔 한 언론사 주최의 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로 했습니다. A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이 주축이 된 스타트법법률지원단(이하 ‘스법단’)의 도움 아래 B사를 특허법 침해 및 영업비밀침해 등의 혐의로 형사 고발했습니다.

A사의 소송 대리 업무를 비롯해 법률 지원 활동을 하고 있는 김정욱 변호사

스타트업을 둘러싼 기술 탈취 논란

돈도, 인력도 충분치 않은 스타트업은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입니다. 이런 ‘을의 지위’ 탓에 최근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게 바로 스타트업을 둘러싼 기술 탈취 논란입니다. 자본력이 튼튼치 않은 스타트업이 상대 업체와의 거래에서 끌려 다니기를 계속하다가 결국 기술력만 뺏기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A사의 사례처럼 말입니다.

A사가 B사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2015년 10월. 회사 설립 직후의 일입니다. 자전거의 기본 뼈대를 이루는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를 찾던 중 지인으로부터 B사를 소개받았습니다.

당시 B사는 알루미늄을 활용한 주물 주조를 전문으로 하는 연 매출 150억원 가량의 알짜 회사였으나 자전거 부품 제작 경험은 전무했습니다. B사가 만든 샘플은 A사가 제공한 도면과 맞지 않았고, 부품도 뒤틀려 조립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A사는 계약 유지를 위해 수차례 대면 및 서면 협의를 통해 부품 개선 작업을 진행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A사의 특허 3개를 비롯해 자전거 제작에 필요한 사실상의 모든 사업 기술을 B사에 넘겨줬습니다. 어떻게든 자전거 제작에 필요한 부품을 손에 쥐어야 했던 A사의 입장에선 B사가 계약서 안의 ‘영업비밀 유지 조항’을 지킬 것이란 믿음에 의지하는 것 말곤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B사는 A사의 자전거에 욕심이 많았습니다. 계약 이행 과정에서 특정 지역의 판매 대리권을 요구했고, 이후엔 전체 영업권을 분배하자는 제안도 했습니다. 급기야 지난해 9월 A사 몰래 본인들의 상표를 출원했고, 곧바로 홈페이지도 개설했습니다. B사는 현재도 온·오프라인을 통해 A사가 제작을 의뢰한 자전거를 그대로 본뜬 자전거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제조 기술이 전무했던 B사가 1년 만에 자기 브랜드를 내건 자전거를 시판한 건 A사의 기술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반면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아챈 A사는 단 한 대의 자전거도 받지 못한 채 B사와의 계약을 원천 무효화하는 작업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습니다.

중소기업 기술 보호 역량, 대기업의 69%에 불과

위의 사례만 놓고 보면 A사의 부주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눈뜨고 코 베이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사건의 실체를 몰랐고, 계약 진행 과정에서 B사에 끌려 다니며 온갖 정보 및 기술을 넘겨준 실책도 저질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돈과 인력 모두 부족한 스타트업으로선 을의 입장에서 계약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위의 불평등에 따른 불합리한 요구를 어쩔 수 없이 수용해야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합니다.

더 나아가 스타트업들은 자신들의 유일한 자산인 기술력을 좀 더 높이는 데 주력할 뿐 이 기술력의 보호에 필요한 자본의 투입엔 한계가 많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 한 정부조사에서 기술 유출을 경험한 중소기업은 지난 2012년 당시 조사 대상의 10.2%에서 2014년엔 3.3%로 줄어든 반면 기술 유출 1건당 평균 피해금액은 같은 기간 50% 가까이 급증(15.7원→24.9억원) 급증했습니다. 반면 중소기업의 기술 보호 역량은 대기업의 69.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런 중소기업에 비해서도 자금 여력이 훨씬 뒤쳐지는 스타트업의 기술 보호 역량이 어느 정도일 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저희 스법단에 도움을 요청한 업체 중엔 대기업과의 투자 계약 진행 과정에서 파산 위기에 처한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이 역시 을의 지위에 놓인 스타트업이 특정 계약에서 상대방의 무리한 요구에 얼마나 취약한 지를 살펴볼 수 있는 사례여서 이번 기회를 빌려 소개하고자 합니다.

O2O 자동차인테리어 개발업체 C사는 지난해 초 한 대기업(D사)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됐고, 이후 D사의 한 자회사로부터 자산인수 제안을 받았습니다. 해당 대기업은 본인들이 발행한 책자에 스타트업과의 동반 성장 사례로 C사를 언급할 정도로 회사에 호의적이었습니다.

C사는 인수 논의가 이뤄지던 5개월 동안 수차례에 걸쳐 비밀유지계약서(NDA) 작성을 요구했습니다. 회사가 갖고 있는 핵심기술 및 가맹점 리스트 등 중요 정보가 D사 측에 모두 노출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방어 장치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D사 측은 “자산 인수가 결론이 난 상태로 필요가 없다”며 이를 거부했고, D사와의 계약 체결에 사활을 걸고 있던 C사는 D사의 말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었습니다. C사의 대표는 스법단과의 통화에서 “D사 측과의 논의 중간에 다른 업체 두 곳으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았고, 그 중 한 군데와는 투자 확정서까지 작성했지만 D사의 요청에 의해 이것 역시 포기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최순실 사태가 터진 후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돌연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D사가 일방적 인수 협상 철회를 결정한 것입니다. 불과 8일 전 협상 실무자가 “사업 인수는 이미 합의된 사항”이라는 메시지를 건넸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180도 태도를 바꾼 셈이다. 창조경제의 성공사례 가운데 하나로 손꼽은 C사를 최순실 사태 때문에 용도 폐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지만 D사 측은 “사업성 평가가 좋지 않았던 게 인수 결렬의 주된 이유였을 뿐 최순실 사태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수 논의 과정에서 C사의 핵심 기술 및 영업 비밀을 모두 빼갔지만 이 역시 “관련 자료를 모두 폐기해 영업 비밀 침해와 관련해서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자산인수 논의하던 대기업, 수일 만에 태도 돌변…파산 상태 직면한 스타트업  

결국 C사는 D사와의 협상 과정에서 급격히 늘어난 인건비 및 마케팅비 등을 온전히 떠안아야 했고, D사와의 협상 불발 이후 가장 큰 거래처로부터도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파산 위기에 몰렸습니다. C사의 대표는 “D사와 긍정적인 논의가 이뤄질 때만 해도 직원수가 23명 가량 됐으나 지금은 모두 퇴사하고 임원 정도만 남은 상태”라며 “D사를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는데, 그 결과가 좋지 않으면 파산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살펴보신 것처럼 스타트업은 지위의 한계 탓에 특정 계약이나 거래에 따른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앞서 언급한대로 인력이나 자본도 부족해 기술 유출 등의 피해를 방지할 사전 대책 마련도 쉽지 않습니다.

사전·사후 대처 모두 취약…“기술 유출돼도 조치 안 취했다”

더욱 안타까운 건 관련 문제가 발생한 이후의 대처도 취약하다는 점입니다. 막대한 소송 비용 등 사후 처리 절차를 밟는 데에도 돈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실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특허청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영업비밀 유출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전체 조사의 31.1%에 달했습니다. 기술보호와 관련해 중소기업이 겪는 애로 사항으론 보안 전담 인력 부족(41.0%·복수응답), 보안 전문지식 부족(31.6%), 보안시설 부족(28.4%), 예산 부족(27.9%)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국가 차원의 기술 보호 정책이 부족한 점도 문제입니다. 특히 범정부 차원의 기술보호 컨트롤 타워가 존재하지 않아 부처간 공조 및 체계적 정책 수행에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는 중소기업청·특허청·미래창조과학부 등 11개에 달하는데, 기술보호 관련 법률이 이들 부처에 각각 산재해 있어 정책의 유기적 연계 및 신속한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의뢰로 지난해 작성된 연구결과보고서(중소기업 기술보호 역량강화 대응방안)는 “(기술 보호와 관련한) 각종 지원정책에 대한 기업 인지도가 2014년 기준 24.5%에 불과하다”며 “중소기업 기술보호 상담창구를 일원화하고 수요자 관점에서 지원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C사의 법률상담 및 지원 활동을 하고 있는 오세범 변호사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자신들의 사실상 유일한 자산이자 가장 강력한 무기인 기술력을 보호하려는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스법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세범 변호사(법무법인 다산)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대기업 등의 각종 제안은 달콤한 유혹일 수 있으나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초기에 NDA를 체결하는 게 매우 중요하고, 구두가 아닌 각종 근거 자료들을 어떤 형태로든 남겨놓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스타트업 법률 지원 위해 탄생한 스법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시민단체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바꿈), 창업 전문 뉴미디어 ‘비즈업’은 지난해 12월 ‘스타트업법률지원단’(스법단)을 발족했습니다. 스법단을 통해 대한민국의 건전한 스타트업 생태계의 조성·발전을 위한 법률 지원 및 교육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회에 걸쳐 진행된 스토리펀딩의 ‘스타트업, 안녕하십니까’ 프로젝트를 통해 스법단 발족 이후 지금껏 법률 지원에 나섰던 스타트업의 부당한 규제 사례나 소송 사례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보다 깊이 있는 논의와 제언이 이뤄지길 희망합니다.

독자님께서 보내주신 소중한 후원금의 수익 일체는 규제의 늪에 허우적대고 있는 스타트업의 법률 지원 활동에 사용하겠습니다.

저희 스법단은 법적 분쟁 혹은 규제 문제 등으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의 사연을 받고 있습니다. 스법단 홈페이지(www.startuplaw.kr)를 통해 상담을 의뢰하시면 관련 내용을 검토해 지원 여부를 결정합니다. 법의 늪에 허우적대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스법단의 문을 두드려 주시기 바랍니다.

 

 

<3>“韓에선 3년 걸린 일, 日에선 7개월”

 

원문보기 ▶ https://storyfunding.daum.net/episode/24866

 

단말기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카드 결제가 가능한 ‘폰2폰’ 서비스를 개발한 황승익 한국NFC 대표. 올해 11월로 예정된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 도쿄 긴자 지역에 두 달째 상주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재무회계 시스템 업체 ‘MJS’가 지원해준 사무실과 숙소를 오가며 밤잠도 반납한 채 개발 작업이 한창입니다.

 

일본 업체 MJS와 황 대표의 한국NFC가 첫 인연을 맺은 건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에서 국내 핀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열린 투자설명회(IR) 자리였습니다. 황 대표가 보유한 우수한 기술력을 한 눈에 알아본 MJS가 한국NFC에 30억원 투자 결정을 내린 게 올해 5월말. 협상을 시작한 지 불과 7개월 만에 일본 시장 진출에 성공한 것입니다. 같은 서비스의 국내 시장 진출이 겹겹의 규제 장벽에 막혀 창업 3년 만에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낀다”는 게 황 대표의 말입니다.

 

20억 허비한 규제 투어 혹은 뺑뺑이

2014년 4월, 당시엔 단어조차 생소했던 ‘간편결제’ 서비스로 국내 창업 시장에 뛰어든 황 대표가 지난 3년 여간 치른 ‘규제와의 전쟁’은 우리나라의 창업 시장이 ‘혁신’이라는 변화를 얼마나 온몸으로 거부하고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황 대표가 보유한 기술은 크게 두 가지. 스마트폰에 내장된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을 활용한 ‘간편결제 서비스’와 NFC를 활용해 신용카드만으로 본인 확인이 가능하도록 한 ‘본인인증서비스’입니다. NFC 기능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예가 교통카드인데, 이것과 유사하게 신용·체크 카드를 스마트폰에 대기만 하면 손쉽게 휴대폰 결제가 이뤄지고, 본인 인증도 가능하도록 하는 게 황 대표의 한국NFC가 가진 기술력이었습니다. ‘액티브엑스(ActiveX)’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국내 소비자들 입장에서 스마트폰과 신용카드의 접촉 만으로 결제가 완료되는 한국NFC의 기술력은 가뭄에 단비만큼 반가운 서비스임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기술 개발 완료 후 찾아간 쇼핑몰 등 고객들도 환영 일색이었습니다.

시장 조사 및 특허등록 등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2014년 4월 창업에 나선 황 대표. 그러나 간편결제는 기술이 아니라 규제가 문제였습니다. 속된 말로 ‘뺑뺑이’, 황 대표는 ‘규제투어’라 표현하는 악몽이 그때부터 시작됩니다.

올해 초 스타트업법률지원단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자기 사업과 관련한 규제 경험을 털어놓고 있는 황승익(가운데) 한국NFC 대표

 

맨 먼저 황 대표는 제휴를 위해 찾아간 온라인 쇼핑몰에서 “카드사와 제휴를 해오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그 후에 찾아간 카드사는 “금융감독원의 보안성 심의를 먼저 받아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금감원에선 “보안성 심의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불분명하니 이를 금융위원회에 확인해오라”라고 황 대표를 돌려보냈습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금융위·금감원 등을 수십차례 들락날락하며 6개월 만에 황 대표가 금융위로부터 들은 답변은 “서비스 신청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불굴의 황 대표. 보완성 심의 통과를 위해 그 자격을 갖춘 한 결제대행(PG) 업체와 제휴를 맺습니다. 수익을 절반으로 나누는 조건으로 겨우 얻은 ‘차명’ 신청 자격.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결제에 앞서 필요한 게 바로 ‘본인인증절차’. 황 대표의 핵심 기술력은 이 인증을 신용카드만으로 쉽게 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이 방식을 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지가 불분명하다며 금융당국은 또다시 딴죽을 걸었습니다. 과거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술로 훨씬 간편한 서비스를 만든 것인데, 이런 서비스가 과거에 존재했느냐고 묻고 있는 셈입니다.

황 대표의 이런 ‘규제 투어’는 그해 11월 국내 유력 언론을 통해 소개되고, 보도 당일 황 대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습니다. “앞으로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그날 바로 황 대표의 인증 방법이 법적으로 유효하다는 유권해석이 내려집니다. 창업 이후 7개월간 계속된 뺑뺑이가 언론 기사 하나로 해결된 셈입니다.

이런 소모전을 거친 후에도 황 대표는 시장에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청와대가 직접 나서 한국NFC를 둘러싼 규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번엔 현실을 전혀 고려치 않은 막무가내 해법이 황 대표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정부는 황 대표를 괴롭혔던 ‘보완성 심의 기준’ 관련 제도를 2015년 폐지하고, 신용카드사의 자율 심의로 이를 대체했습니다. 결제대행사를 통해 겨우 신청자격을 얻었던 황 대표로선 신용카드사의 재심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 것입니다. 금융당국이라는 시어머니를 피했더니 카드사라는 시누이 8명을 만난 형국. 갑작스레 보완 심의 및 그에 따른 책임을 떠안은 신용카드사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한국NFC와의 제휴를 미뤘고, 또 다시 해를 넘겨서야 카드사 4곳과 겨우 업무 제휴가 이뤄집니다.

 

 

이런 난리통을 겪은 뒤 창업 2년 만인 2016년 5월 간편 결제 서비스를 내놓은 황 대표. 그 사이 국내 시장엔 ‘페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런저런 간편결제 서비스가 이미 28개나 나와 있었습니다. 이 서비스론 도저히 승부를 볼 수 없는 후발주자가 돼버린 상황에서 황 대표는 결국 ‘피봇팅’(사업모델 변경)을 결정합니다. 또 다시 수개월의 시간을 보낸 뒤 새롭게 내놓은 서비스가 이 글의 서두에 소개된 ‘폰투폰’ 입니다. 황 대표는 “2년동안 마케팅 비용 한푼 쓴 일 없이 인건비로만 20억을 썼다”며 “운 좋게 투자를 받아 버텼지만 인허가에만 2년이 걸리는 상황을 버틸 수 있는 스타트업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털어놨습니다.

 

 

마차 끌던 시대의 속도위반 딱지를 왜 자동차에 붙이려 하나

황 대표는 사실 기술력이 뛰어나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번잡한 본인 인증 및 인터넷 결제 과정을 신용카드와 휴대폰의 접촉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어 외부 투자도 받았고, 원활한 ‘피봇팅’도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황 대표의 사례처럼 뛰어난 기술력으로 투자를 받고, 그래서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사업 초창기를 버텨낼 수 있는 기업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실제 스타트업 미디어 ‘플래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은 총 313개사(투자 미공개사는 제외된 수치)로 국내 전체 벤처기업 3만3,360곳(정부 통계)의 0.9%에 불과합니다. 이태훈 서울산업진흥원(SBA) 투자지원팀장은 지난 1월 스타트업법률지원단 주최로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적은 인력과 자본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는 청년 스타트업의 아이템 대부분은 세상을 바꾸는 혁신적인 기술이 아니라 기존 기술을 조금 다른 각도로 적용해 편의성을 높이거나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아직 세상에 나오진 않은 아이디어로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가는 게 대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세상에 아직 나오지 않은 아이디어로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가겠다고 나선 스타트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바로 구시대에 만들어진 ‘규제’ 잣대입니다. 새 아이디어로 만든 제품·서비스를 옛날 법규를 들이밀며 금지하는 건 마차 끌던 시대의 속도위반 딱지를 자동차에 붙이는 격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특히 최근 가장 많은 스타트업들이 뛰어드는 분야인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은 산업의 특성상 융복합 성격을 띨 수밖에 없고, 그래서 다양한 소관 법령 및 각기 다른 부처가 서로 연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황 대표가 자기 사업의 규제 문제를 풀기 위해 금융위와 금감원, 방송통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등을 매일 같이 오갈 수밖에 없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문제는 각 부처간 칸막이가 극심한 데다 당국간 이해관계도 달라 중간에 낀 스타트업 입장에선 복합 규제를 푸는 데 들어가는 심적·경제적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데 있습니다. 이정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법률지원단 간사는 “스타트업들이 자신의 사업구조나 내용을 다양한 부처에 중복 설명해야 하는 어려움이 많으며, 그래서 창업가는 사업을 하기 전에 법률·규제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지적했습니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더 남아있습니다. 바로 스타트업의 혁신을 가로막으려 하는 기존 업계의 저항입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스타트업은 ‘블루오션’보다는 ‘니치마켓’(niche market·기존 시장 틈 사이에서 소비자 욕구가 존재하는 더욱 세분화된 시장)을 공략하는 사례가 훨씬 많습니다. 당연히 기존 시장을 점령해왔던 이해관계자와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황 대표 역시 ‘본인인증서비스’를 출시하는 데 있어 이 시장의 절대적 지위를 갖고 있는 이동통신사들의 교묘한 방해 공작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온라인 중고차 경매어플 서비스로 유명한 ‘헤이딜러’는 기존 오프라인 중고차 매매업체들의 극심한 반발로 홍역을 치러야 했고, O2O방식의 심야 셔틀버스 서비스 업체 ‘콜버스랩’도 택시조합과 갈등을 빚었습니다.

이 같은 이해 충돌 문제에 당면한 정부·지자체는 방관자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론에 민감해 시장의 기존 이해관계자와 새로운 도전자 모두를 외면하기 어렵고, 이 때문에 둘 사이의 힘의 대결을 어설프게 중재하거나 다른 심판에게 떠넘기는 형태의 핑퐁 게임에 몰두하는 것입니다.

한경수 스타트업법률지원단장(변호사)은 “옛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게 되면 결국 기존 이해관계자가 유·무형의 진입장벽을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다”며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에 뛰어든 스타트업들을 기존 규제가 변경되기 전까지 불법이란 꼬리표를 달아 발목을 잡는 방식은 폐기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시민단체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바꿈), 창업 전문 뉴미디어 ‘비즈업’은 지난해 12월 ‘스타트업법률지원단’(스법단)을 발족했습니다. 스법단을 통해 대한민국의 건전한 스타트업 생태계의 조성·발전을 위한 법률 지원 및 교육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스토리펀딩의 ‘스타트업, 안녕하십니까’ 프로젝트를 통해 스법단 발족 이후 지금껏 법률 지원에 나섰던 스타트업의 부당한 규제 사례나 소송 사례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보다 깊이 있는 논의와 제언이 이뤄지길 희망합니다.

독자님께서 보내주신 소중한 후원금의 수익 일체는 규제의 늪에 허우적대고 있는 스타트업의 법률 지원 활동에 사용하겠습니다.

저희 스법단은 법적 분쟁 혹은 규제 문제 등으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의 사연을 받고 있습니다. 스법단 홈페이지(www.startuplaw.kr)를 통해 상담을 의뢰하시면 관련 내용을 검토해 지원 여부를 결정합니다. 법의 늪에 허우적대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스법단의 문을 두드려 주시기 바랍니다.

 

2017년 6월 17~18일 헤이스타트업 상담부스 운영

<2>새 술을 헌 부대에 담는 창업규제

원문보기 ▶ https://storyfunding.daum.net/episode/23801

30대 초반의 청년 사업가 A씨. 몇 주전 대한민국 경찰로부터 출두 명령을 받았습니다. 3년 전 남들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입사한 적도 있지만 더 큰 꿈을 위해 과감히 사표를 던졌던 A씨. 창업 멤버로 경험했던 두 차례의 실패를 자산삼아 지난 2015년 말부턴 자기 사업체를 직접 꾸리고 세 번째 도전에 나섰습니다. ‘대표이사’란 직함의 무게는 경찰의 출두 명령만큼 무섭고, 무겁기만 합니다. A씨는 이번 법적 소란을 계기로 창업 당시에 세웠던 비즈니스 모델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굳혔습니다.

2000년대 초반의 ‘벤처붐’ 못지 않은 창업 열풍이 최근 스타트업 시장에 불고 있습니다. 지난 1차 붐 당시의 풍경이 유행처럼 사라진 데 반해 지금의 창업 열기는 사회 구조적 요인 등 시대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강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이처럼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에 큰 장이 섰지만 여기에 발을 들인 이들의 딱한 처지는 별반 달라진 게 없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의 창업 성공률. 이 수치를 더욱 떨어뜨리는 건 ‘새 술을 떠 헌 부대에 담고 있는’ 규제 당국입니다. A씨의 사례처럼 말입니다.

다시 A씨의 이야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A씨가 당초 염두에 뒀던 비즈니스 모델은 세계 1위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의 운영 대행. 에어비앤비는 임대인의 유휴 공간과 그 공간의 단기 이용을 원하는 임차인을 앱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국내에서 숙박·민박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법적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해 일반인은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활용해 수익 사업을 할 수 없으니, 이 운영을 대행하는 업체를 만들겠다는 게 A씨의 아이디어였습니다. A씨는 근거지 주변의 부동산을 발이 닳도록 훑어 자기에게 위탁 운영을 맡길 임대인을 찾아 나섰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거절을 당한 끝에 한 부동산으로부터 사업을 개시할 수 있는 사람을 소개받았고, 그렇게 A씨는 세 번째 창업의 첫 발을 뗐습니다.

기쁨은 잠시에 그쳤습니다. 본인의 사업 모델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뒤늦게 발견합니다. A씨는 현재의 규제 체계를 비껴갈 수 있는 우회로를 나름 고민해 저희 스타트업법률지원단(이하 ‘스법단’)에 상담을 의뢰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로 이뤄진 스법단은 현행 법률 및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했지만 A씨에게 다음과 같은 답변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A씨의 사업모델은) 위법으로 처벌된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공유민박업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은 우리나라 실정 등을 고려할 때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결국 A씨 사업의 본질이 숙박·민박 서비스의 제공인만큼 그 자격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법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게 스법단의 결론이었습니다.

A씨의 야심찬 첫 아이디어가 큰 산을 만나 좌초 위기에 놓인 사이 제대로 된 법적 검토 없이 진행했던 에어비앤비 위탁 운영 행위가 단속에 걸렸고, A씨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법당국의 소환에 꼼짝없이 응해야 하는 지경에 놓이게 됐습니다.

물론 A씨의 사례는 논란거리가 많습니다. 사업 착수에 앞서 비즈니스 모델의 검토를 소홀히 한 점은 K씨의 귀책사유임이 분명합니다. 돈과 인력 모두가 열악한 스타트업이 법률적 정비를 어떻게 꼼꼼하게 할 수 있느냐 하는 하소연은 경쟁 살벌한 냉엄한 현실 앞에서 무기력한 답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 깊이 고민해야봐야 할 건 일정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들에게 숙박·민박업을 영위하게 하는 에어비앤비의 사업 모델이 과연 합당한가 하는 점입니다. 돈 많은 임대인들이 주택을 몽땅 사들여 에어비앤비 숙박용으로 전환하면 인근 지역의 임대료가 뛸 수 있고, 이 때문에 세입자들의 집 없는 설움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반론이 있습니다. 안전이나 위생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가볍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번 따져볼 일입니다. 에어비앤비 모델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는 유럽에서 임대료가 뛰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습니다. 안전·위생상의 문제는 다른 기준을 마련하면 될 일입니다. 에어비앤비 모델을 실제로 막고 있는 건 이런 표면적 이유라기 보단 호텔 등 밥그릇을 뺏길 위기에 처한 기존 업계의 숨은 방해가 더 크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더 숙의해봐야 할 문제는 A씨의 사례가 마치 새 술을 헌 부대에 담는 우를 범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2011년 타임지는 에어비앤비 사업 모델의 핵심 철학, ‘공유경제’(sharing economy)’를 ‘세상을 바꿀 10개의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로 꼽았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공유경제’라는 개념 자체가 그 전엔 존재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세상에 새롭게 등장해 전세계에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철학 혹은 사업모델, 즉 새 술을 과거의 법·규제 잣대, 즉 헌 부대에 담으면 새 술의 풍미는 사라지고 숙취만 더욱 거세질 수 있습니다. 어딜 가든 판박이인 기존 숙박 시설 대신 사는 사람의 취향과 개성이 오롯이 드러나는 공간을 값싸고 손쉽게 누릴 수 있는 에어비앤비를 우리나라에선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이 그 숙취의 구체적인 예일 것입니다.

A씨처럼 과거의 법·규제를 새로운 사업 방식에 끌어들여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는 사례는 부지기수입니다. 쏘카 등 카셰어링 모델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규제를 받으며 사업 초반 어려움을 겪었고, 국내 핀테크 업계 최대 규모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낼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았던 P2P 업체 ‘8퍼센트’는 관할 구청에 등록 신청을 하러 가는 사이 사이트를 폐쇄당한 적이 있습니다. 결혼 축의금이나 중고거래 등을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게 하는 기술력을 가진 ‘팍스모네’는 미국·일본 등에서 특허 등록까지 완료했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선 6년간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했습니다. 청소 O2O(Online to Offline) 업체 ‘홈클’도 직업안정법이 발목을 잡으며 사업의 어려움을 겪은 끝에 1년 만에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과거에 마련된 규제는 당시 사정에 맞는 합당한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낡은 잣대를 신기술에 무작정 들이민다면 세상을 바꿀 혁신은 대부분 물거품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이 딜레마를 풀기 위한 해법으로 전문가들은 적어도 신산업군 분야에 한해선 현행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법·제도에 의해 허가된 것만 할 수 있는 게 ‘포지티브 규제’, 안 되는 것 빼곤 다 할 수 있는 게 ‘네거티브 규제’인데요. 예를 들어 ‘U턴’ 표지판 아래에서만 U턴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포지티브 규제’, ‘U턴 금지판’ 이외의 모든 도로에서 U턴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네거티브 규제’입니다.

 

스법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한경수 변호사(법무법인 위민)는 스법단 주최로 지난 1월 열린 토론회에서 “전통 산업에 적용했던 규제가 신산업 분야에도 효율적일 것이라고 볼 수 없으며, 각 산업의 특성에 맞게 규제 체계를 정비하는 것은 시대 과제”라며 “적어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ICT 등 신산업 분야에선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 체계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사례로 든 K씨에게 무료 상담을 진행한 스법단의 차상익 변호사(법무법인 아인)는 “사람의 신체나 건강, 환경 등 중요한 공익을 보호해야 하는 경우엔 ‘포지티브 규제’를, 시장의 자율성 보장이 중요한 경우는 ‘네거티브 규제’가 타당할 것”이라며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은 법이 미처 규율하지 못하고 있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수 있게 해줄 것”이란 의견을 내놨습니다.

 

민변과 시민단체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바꿈), 창업 전문 뉴미디어 ‘비즈업’이 지난해 12월 발족한 스법단은 대한민국의 건전한 스타트업 생태계의 조성·발전을 위한 법률 지원 및 교육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스토리펀딩의 <스타트업, 안녕하십니까> 프로젝트를 통해 스법단 발족 이후 지금껏 법률 지원의 나섰던 스타트업의 부당 규제 사례나 소송 사례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보다 깊이 있는 논의와 제언이 이뤄지길 희망합니다. 독자님께서 보내주신 소중한 후원금의 수익 일체는 규제의 늪에 허우적대고 있는 스타트업의 법률 지원 활동에 사용하겠습니다.

스법단은 법적 분쟁 혹은 규제 문제 등으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의 사연을 받고 있습니다. 스법단 홈페이지(www.startuplaw.kr) 통해 상담을 의뢰하시면 관련 내용을 검토해 지원 여부를 결정합니다. 법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스법단의 문을 두드려주시기 바랍니다.

 

 

<1>창업전성시대? “문 열고 들어가니 장애물만 가득한 꼴”

원문보기 ▶ https://storyfunding.daum.net/episode/23109

2017년 2월 10일 오후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352호 법정. 앳된 얼굴의 청년 한명이 초조하게 판사의 호명을 기다립니다. 동장군(冬將軍)의 기세가 유독 거셌던 이날, 그를 주눅들게 만든 건 비단 추위만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2014년 대학생 신분으로 창업에 나서기 전까지 그는 법원은커녕 주변의 흔한 경찰서 한번 들어가 본 일이 없던 지극히 평범한 젊은이였습니다. 그런 그가 성폭행, 사기 등의 피의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취급을 받아야 했으니 그의 어깨가 자꾸 움츠러든 건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이 모든 게 청운의 꿈을 안고 호기롭게 도전한 창업에서 비롯된 일. 이날 대한민국 법원은 ‘청년 사업가’이자 ‘피고인’ 김민규(27세)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 결정을 내렸습니다.

단군 이래 창업하기 가장 좋은 시대. 현재의 대한민국 창업 시장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정부 지원이 홍수처럼 넘쳐나고, 주변에 “창업하고 싶다”는 사람도 부지기수인 걸 보면 과장된 표현은 아닌 듯 싶습니다. 실제 지난 2011년 1조8,101억원에 그쳤던 창업 지원 예산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기치 아래 매년 2조원이 넘게 배정됐습니다.

이른바 최순실 사태 이후 창조경제란 간판은 떨어져나갔지만 창업시장을 향한 열렬한 관심과 지원은 새 정부에서도 비슷할 듯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년 일자리 늘리기를 1호 추진 정책으로 내건 가운데 이의 유력한 해법으로 창업시장의 확대를 내걸고 있습니다.

정부가 창업시장에 막대한 돈을 풀고선 호객행위에 나서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구조적 저성장 시대의 진입, 인공지능(AI) 등 기술의 발달에 힘입은 인간 노동력의 수요 감소,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고용 기피 현상 등 일자리 축소 요인은 널린 데 반해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창업’을 제외하곤 사실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자금 지원에만 그치는 게 아닙니다. 최근 우리 정부는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여념이 없습니다. 이 덕분에 2003년 12단계나 거쳐야 했던 창업 절차가 2014년엔 3단계로 축소됐습니다. 창업을 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도 같은 기간 33일에서 4일로 급격히 줄었습니다. 사실상 정부 지원 제도만 잘 활용하면 돈 한푼 없이도 불과 며칠 만에 자기 사업체를 뚝딱 차릴 수 있는 게 대한민국 창업 시장의 현재입니다.

 

그런데 막상 창업시장에 뛰어든 이들은 하나같이 “우리나라만큼 사업하기 힘든 나라가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사업하는 고됨이야 전세계 어디서든 다를 것 없지만 대한민국 창업가들을 유독 괴롭히는 건 터무니없는 규제 장벽입니다. 앞서 사례로 든 청년사업가 김민규씨 역시 지난해부터 불거진 법적 분쟁으로 검찰과 법원을 제집 드나들 듯 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대학생 신분이었던 김씨가 창업의 소재로 선택한 건 ‘3D프린터’. 당시 박근혜 정부가 이른바 ‘4차 산업 혁명’의 신산업군으로 분류했을 정도로 3D프린터는 각광받는 창업분야였습니다. 김씨는 3D프린터 부품을 판매하는 전문 인터넷 쇼핑 사이트 ‘삼디몰’을 열어 2015년 모교인 상명대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같은 해 9월 창업진흥원의 ‘대한민국 창업리그 전국예선’에서도 상을 받을 정도로 김씨는 전도유망한 청년 사업가였습니다.

그에게 규제의 족쇄가 채워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 6월. 한국제품안전협회가 안전확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고발을 했고, 이를 근거로 검찰은 김 대표를 300만원 벌금형에 약식 기소 처분했습니다.

김 대표가 자신의 사업체 삼디몰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3D프린터의 ‘부품’. 안전확인신고가 필요한 부품에 대해 김 대표는 모두 안전 인증을 받았습니다. 한국제품안전협회 측이 문제로 삼은 건 삼디몰의 부품을 활용해 고객들이 조립한 ‘완제품’. 협회 측의 논리대로라면 삼디몰 이용자들이 조립한 모든 완성품에 대해 김 대표가 각각 안전 인증을 받아야 하니 지금의 사업 구조를 포기하란 말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김 대표의 발목을 잡은 한국제품안전협회와 검찰, 그리고 김 대표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1심 법원의 근거 법률은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구 전기용품안전관리법). 그런데 이 규정엔 ‘3D프린터’라는 문구 자체가 없습니다. ‘3D프린터’를 ‘프린터’ 관련 규정 안에 있는 ‘프린터 유사기기’로 해석했습니다. 또 완제품에만 적용되는 조항을 부품에 적용하는 해석도 추가했습니다.

이런 수차례의 자의적 해석을 통해 대한민국 규제 당국은 앞길 창창한 대한민국의 청년 사업가의 앞길에 어깃장을 놨습니다. 김 대표는 1심 판결 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창업 전엔 경찰서 한번 가보지 않았던 사람인데, 이런 재판까지 받게 돼 스트레스가 심하다”며 “저처럼 돈 없는 학생들에게도 저렴하게 부품을 공급해 누구나 3D프린터를 사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창업을 한 건데 불법이라고 하니 많이 착잡하다”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김 대표의 경우처럼 창업 이후 불합리한 규제로 고통받는 사례는 넘쳐납니다. 실제 기업 규제애로 해소기관인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415개 기업을 심층 조사한 결과 창업을 하는 데 들어가는 규제 비용만 평균 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스타트업이 유의미한 매출을 일으키는 데 들어가는 기간은 3년 이상,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까지는 4년이나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창업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막대하고, 이 비용을 회수하는 데 필요한 기간도 길다보니 성공 사례는 당연히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창업기업의 3년 생존율은 평균 38.2% OECD 주요국 가운데 꼴찌입니다.

중소기업 옴브즈만은 위 내용이 담긴 ‘2821일의 두드림’에서 “창업·소기업들의 지속적 성장이 어려운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높은 규제 비용 때문”이라며 “그간 창업절차와 시간은 대폭 단축됐으나 업종별 진입규제는 여전해 1인창업·청년벤처·실버창업 등에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정부가 지금껏 추진한 창업장려정책은 대문만 활짝 열어놨을 뿐 정작 방안에 들어가면 장애물만 가득한 꼴입니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시민단체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바꿈), 창업 전문 뉴미디어 ‘비즈업’은 지난해 12월 ‘스타트업법률지원단’(스법단)을 발족했습니다. 스법단을 통해 대한민국의 건전한 스타트업 생태계의 조성·발전을 위한 법률 지원 및 교육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삼디몰 김민규 대표의 사연은 스법단 지원의 1호 사례로, 지난 1심에 이어 현재 2심 소송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번 스토리펀딩의 ‘스타트업, 안녕하십니까’ 프로젝트를 통해 스법단 발족 이후 지금껏 법률 지원에 나섰던 스타트업의 부당한 규제 사례나 소송 사례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보다 깊이 있는 논의와 제언이 이뤄지길 희망합니다. 독자님께서 보내주신 소중한 후원금의 수익 일체는 규제의 늪에 허우적대고 있는 스타트업의 법률 지원 활동에 사용하겠습니다.

저희 스법단은 법적 분쟁 혹은 규제 문제 등으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의 사연을 받고 있습니다. 스법단 홈페이지(www.startuplaw.kr) 통해 상담을 의뢰하시면 관련 내용을 검토해 지원 여부를 결정합니다. 법의 늪에 허우적대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스법단의 문을 두드려주시기 바랍니다.